물거울 속의 나무
하루를 돌아 강가에 와서
물거울 속의 나무에 몸을 눕히고
어두운 마음을 씻는다.
물결은 간간한 바람으로
요람처럼 흔들리고
노을 등에 업고 물수제비 즐기는 기운찬 팔매질에
물이랑마다 추억 같은 세월이 무등을 타고,
푸르게 춤추는 융단의 길을 소금쟁이
더딘 걸음이 흔적을 남기고 가면
스적스적 물방개비 어수선한 나들이가 유쾌하다.
물속의 나무는 스스로 만든 그늘에 숨어
수면 아래 질펀한 짝짓기를 훔쳐보다가
빛이 사라지고 낮달이 흔들릴 때,
기어이 옷을 벗어 던지고
가벼운 몸 부풀리는 나신의 볼록한 가슴이 된다.
- 박종영, '물거울 속의 나무'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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