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기
전문 바둑기사에 대해 늘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단 한 수의 착오도 없이 어떻게 정확한
복기(復碁)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복기란 바둑이 끝난 뒤 양 대국자가
서로의 잘잘못을 되짚어보기 위하여
방금 두었던 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되풀이해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루 종일 소요되고, 250-300여 개에 이르는
그 많은 돌들의 순서를 전문기사들은
정확하게 기억하면서 복기를 합니다.
한 바둑전문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을 때
드디어 저는 저의 궁금증을 털어놓았습니다.
그의 대답은, 의미 있는 돌들을 놓으면
누구든 복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왜 바둑알을 그곳에 두는지
그 의미를 생각하면서 두면,
복기는 가능해 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복시는 단순히 돌의 순서에 대한
기억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돌이 갖는 의미의 연결로 구성된다.
그때까지 돌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바둑을 둬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의미 있는 돌들만 살아남는다는 것 -
이것은 바둑판에만 국한된 법칙 아닙니다.
인생이란 바둑판이요,
우리가 사는 매일매일은
그 바둑판 위에 두는 돌과 같기에,
얼마나 살았느냐에 상관없이
결국엔 의미를 지닌 날들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참된 삶이란 언제든
자신의 삶을 복기할 수 있는 삶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재철 “요한과 더불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