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모음

아직도 살아 있음 / 李外秀

slzh 2008. 9. 6. 10:21

        아직도 살아 있음 / 李外秀 삼년째 문 닫고 만나는 겨울 이따금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수은주의 눈금은 영하로 떨어지고 길이라는 길들 모두 끊어졌는데 오늘도 속절없이 저무는 세상 나는 날마다 혼자 원고지 속으로 들어가 새들을 키웁니다 천지에 사랑이라는 이름 소멸하고 헐벗은 나무들 벙어리로 서 있는 창 밖 풍경 언제쯤 내가 키운 새들은 빙판 같은 하늘을 가로질러 그대 사는 마을에 당도 할까요 그대 사는 마을에 당도해서 내가 아직도 살아 있음을 증명해 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