淚 卵 (누란)/하늘수
나 어쩌자고 보았을까
당신을 어쩌자고 만났을까
잔잔한 물위에 드러누워 망연한 그리움 그 빛깔
걷어낸지 오래
푸른하늘이 슬퍼보이는 날
그대 내 동공에 바람처럼 들어왔다
실핏줄 투명한 전라의 수줍음으로 당신 나에게 왔다
지난 겨울
가슴언저리 온통 뜨겁게 물들이며
붉은 넋마저 내게 던져주고간 동백
아
안녕이란 짧은 눈 인사마저
해후조차 기약못한 채 돌아섰던 서러운 별리후
내 봄은
걸음걸음 숨겨진 아픔의 연속이었다
풀먹여 숨죽여 가라앉은 눅눅한 하늘 가득
가지런히 또아리를 튼 열길 영혼들이
붉게 물들였던 서러운 내 봄 별리조차 외면했던 그리움의 의미들
초하의 장마로 건너뛰어
이미 폐허된 내 가슴속을 한거풀 한거풀 걷어내더니
급기야
열기에 지칠대로 지친 열정의 뒤끝에서야
그대 내 안에 살며시 왔다
사랑을 사랑이라 말하고
그리움을 그리움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대를 어쩌자고 보았을까
당신을 어쩌자고 이토록 잔인하게 만났을까
푸른하늘이 슬퍼보이는 날
그대 내 동공에 눈물되어 들어왔다
실핏줄 투명한 전라의 아픔으로 당신 나에게
고개떨구고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