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행복인가? 불행인가?
과연 행복인가? 불행인가?
정신과 전문의 이며 현재 미국
Touro University 정신과 임상 부교수로
근무중인 이원택 박사님의 저서 瑤池鏡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수년 전 50대 후반의
한 한국남자가 병원에 왔다.
키는 나만한데 얼굴이 가무잡잡하고 어깨가
쩍 벌어진데다가 약간 똥배가 나왔으며
얼굴에서 개기름이 잘잘 흐르지만 똥그렇게 눈을
뜨고 항상 코를 벌름대면서 새하얀 이빨을
계속 까고 있는 아주 호인형의 남자였다.
자기는 별 잘못도 없지만 판사가 가라고 해서
오긴 왔는데 “심심할테니” 자기 애기나
들어 달라는 것이다.
자기는 시골에서 자라서 대학도 안 나오고
평생 직업을 가진 적도 없단다.
서울에 올라와서 여기저기 똘만이 생활을
하다가 어떤 식당에서 일하는 아가씨를
건드리게 됐단다.
이 아가씨가 아주 또순이어서 몇 년 후에는
조그만 독립된 식당도 하나 차리고 자기는
기둥서방으로 들어앉게 되었단다.
사오년 동거생활을 하다 보니 아들도
둘씩이나 낳고 해서 간단한 결혼식과 결혼
신고를 하고 남부럽지 않게 잘 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아줌마가 식당에서 연마한 기술로
자기를 극진히 공양하는 바람에 정력이
넘쳐흘러 그만 그 식당에서
일하던 영계 아기씨를 굴꺽 하셨단다.
대판 싸운 후에 자기는 그 두 “악다구니”를
피해서 혈혈단신 무작정 미국으로 도망왔는데
처음에는 영주권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해서 무진장 고생께나 했단다.
L.A.의 도심지에 한국 사람들이 판을 치는
자바시장이라는 옷 도매상들이 있는데,
그중 한 가게에서 먹고 자면서 청소도
하고 배달도 하고 가계도 지키면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다가 그 집 여주인
하고 눈이 맞게 됐다나.
그런데 몇 번 배를 맞취 보더니
이 여주인이 남편하고 이혼까지 하면서
달라 붙더 란다. 일약에 옷가게 사장님이
된 데다가 영주권 까지 따게 되어서
차차 원단 사러 간다는 핑계로 한국을
드나들게 됐는데
그래도 자기 자식들이 있는
본가에 들르지 않을 수가 없어서,
한국에는 첫째 부인 미국에는 둘째 부인을
거느리면서 한동안 착실하게 “열심히”
살았단다(그 친구의 말).
그런데 개 버릇 누구 못 준다고 그 옷가게에서
일하던 처녀 재단사가 하도 꼬리를 흔들어
대길래 또, 슬쩍 하셨다나.
처음에는 잘 넘어 갔으나 뱀도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약 1년 후에 그 가게 안주인께서
눈치를 채셨는데 아뿔사 이미 이때 그 재단사
아가씨는 임신 3개월이라나 4개월이라나?
이미 이판사판이라고 생각했는지 이 아가씨는
일도 안 하고 보따리를 싸들고 주인집으로
쳐들어오려고 하길래 그걸 막는 과정에서
몇 차례 두들겨 주었단다.
미국에서 그것도 임산부를 구타했으니
당장 떼들어 갔는데 얼마후에 그 아가씨가
미운정 고운정 들었던지 고소를 취하하는
바람에 보호관찰을 받는 조건으로
풀려나게 되었다.
이상이 그 양반이 나한테 치료받으러
오게 된 사정이자 동기였다.
그 후로도 한 달에 한 번씩 약 1년간
찾아오면서 “심심할테니” 경과 보고나
해주겠다고 한 것이 다음과 같다.
그럭저럭 세월이 지나서 그 아가씨가
아들을 순산하게 되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마침 두 번째 마누라가 40이 넘어
아이를 가질 수 없으므로 집에다 데려다
놓기로 했다는 것이다.
일이 잘 풀리나 했더니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 있던 첫 번째 마누라가 들이 닥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양반이 미국에서만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또 보호관찰 중이라
한국에 나가 보지도 못하고 제대로 연락도
못했기 때문에 등이 단 첫 번째 부인이
바야흐로 불원천리 미국 땅까지
찾아오게 된 것이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온 첫째 부인과
미국에서 어엿하게 결혼까지 한 둘째 부인과
머리카락을 움켜쥐는 한바탕 소란이 났는데
이 양반 보호관찰 중이라 어디 도망도
못 가겠고 죽을 지경이란다.
그리고 나서 한 달을 거르길래 두 명의
부인들한테 얻어터져서 병원에 입원이라도
했긴 했는데, 두 달 후에 아주 신수가
훤해져서 어떤 젊은 아가씨하고 병원에
나타났다.
말인즉 그 두 늙은 “악다구니”들
때문에 살수가 없어서 자기 세 번재 아들을
낳아준 “새 애기 엄마” 한테 찾아갔단다.
그러다 보니 부인들이 경영하는 한국의
식당이며 미국의 옷가게가 엉망이 되어
버렸는데 역시 나이 많은 여자들이
나잇값을 하느라고 협상을 하기로 했단다.
즉 한 남자를 여자 세 명이서 일년에 4개월씩
찢어 갖기로 한 것이다. 보호관찰이 끝나는
내년부터 일 년에 두 달식 두 번은 한국에서
나머지는 미국에서 늙은 꽃 젊은 꽃
사이를 왔다 갔다 하기로
하고 아들은 애 애엄마한테 주기로 했단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세 명의 여자
모두가 이 남자 없이는 못 살겠다는 것이다.
그 비결은 다음과 같다.
이 양반은 원래 건달이라 평생 여자를 위한
일밖에는 한 일이 없는데 그것을 평생
직업으로 하다 보니 아주 도가 텄다는 것이다.
매일 같이 밥 먹고 잠자고 그 일밖에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이 양반은 소싯적부터
낚시를 자주 다녔단다.
물고기 중에서도 자기는 미꾸라지나
뱀장어 그리고 잉어만 먹는 단다.
한국에 있을 때는 주로 미꾸라지나
뱀장어를 큰 냄비에 넣고 쑥 한 소쿠리,
들깨 한 사발 마늘 한 접시를 부어서
아주 낮은 온도로 3일간 푹 곤단다.
그리고 그것을 냉장고에 하루 정도 넣어두면
모두가 풀어져서 건덕지는 하나도 없이 묵을
쑤어 놓은 것 같이 되는데 이것을 하루에
세 번씩 큰 숟갈로 한 숟갈씩 떠먹으면
이 나이에도 매일 같이 해도 끄떡없단다.
미국에서는 주로 잉어를 사용하는데
이때는 들깨 대신 참깨를, 쑥 대신에
어린 소나무 잎을 넣어도 된단다.
내가 마침 Big Bear(호수가)에
산장이 있다는 걸 알고는
“박사님 언제 같이 가십시다” 한다.
여기 잉어는 10파운드 이상 나가니까
한 마리만 잡아도 한 달 이상
장복할 수 있단다.
그랬는데 이 양반이 그 후로는 소식이 없다.
보호관찰 중에 또 사고를 쳐서 감방에나
안 갔는지 정력제를 너무 먹으서 심장에
금이나 안 갔는지 한국에 나갔다가
그 영계 식당 아가씨“ 한테 다시 물렸는지...
그렇지 않으면 여자 세 명에 부대기다 못해
입산수도라도 떠났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