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모음

같은 눈높이

slzh 2011. 11. 15. 12:38

 

같은 눈높이

 

교통사고로 양쪽 시력을 다 잃어버려

비관에 빠진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배우는 것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학교도 그만두었지만, 부모의 제안으로

맹인학교에 입학하기로 마음먹고 그곳을 찾아갔습니다.

 

학교에 도착하자 교장 선생님과

젊은 목소리의 선생님 한 분이 마중을 나와 있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젊은 선생님에게 교정과

학교 건물을 소개시켜주라고 했습니다.

 

젊은 선생님은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 뒤

학생을 데리고 현관 안으로 들어가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생, 이젠 계단을 내려가야 한답니다.

이 계단의 층계는 모두 열다섯 개입니다.

보통의 돌계단이니까 한 계단을 짚어보면

그 높이를 금방 알 수 있을 거예요.

 

이 계단을 다 내려가면 바로 오른쪽에 화단이 있습니다.

 

그 화단 앞에 교정이 있답니다.

그곳에는 학생과 같은 친구들이 함께 뛰놀고

함께 공부하는 교실과 운동장이 있답니다.

 

가만히 귀기울여보면 싱그러운 젊음들이 생활하는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제 말을 잘 기억하고 한 발 내디뎌보세요.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내 손을 학생의 팔꿈치 뒤에 대고 있겠습니다.

 

불안하면 언제든지 내 손을 잡으세요.

"너무나도 친절한 선생님의 말씀에

학생은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습니다.

 

층계를 하나하나 세면서 내려갔고 화단 앞을 지날 때는

꽃 냄새를 맡으면서 교정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았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학교를 모두 둘러본 학생은

이 학교를 꼭 다녀야겠다는 생각과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선생님, 감사해요.

저같이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정말 잘 이해해 주셔서…. "

 

그러자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물론, 이해하고말고요…

저도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플러스 셀프 리더십 게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