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닦이 族
사과닦이 族
우리에게 강한 상향의식(上向意識)은 한국인에게
“Apple polisher"적 성분을 가꾸어 놓기도 했다.
직역하면 사과닦는 사람이란 뜻인데 의역(意譯)을
하려면 우리말에 알맞은 낱말이 없다.
알맞은 말이 없다는 것은 그와 같은 성향을
부덕시(不德視)하여 가치를 두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부 잘하는 사람이란 뜻과도 다르고 간사한 사람이라는
말뜻과도 다르다. 줏대 없는 사람이라기에는 너무
목적이 내포되었고 음모 잘하는 사람이라기에는
너무 악의가 내포되어 있다.
또 자기중심적으로 남을 이용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없다.
“Apple polisher"의 본질은 남을 기쁘게
또 남을 즐겁게 하는 것이 선행(先行)되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고의적으로 또 조직적으로
남을 가쁘게 한다는 것은 위선이고 부도덕한 것이다.
한데 현대의 사회구조는 자기중심적 존립을 위태롭게 해놓았다.
그는 생활하는 단위로서 상관을 모시고 부하를 거느려야 하며
협동체로서 동료가 있고, 거래 선이 있다.
그는 그의 위치를 보존하기 위해 잘 보여야 하고 아래 사람의
환심을 사야하며 동료로부터 유쾌한 존재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그들이 즐거워하는 일을 하고 즐거워하는 말을 한다.
곧 열심히 사과를 닦는다.
그러기에 앞으로의 교육도 결점을 뜯어고치는 대장간 식 교육에서
뭣인가 장점을 발견해 낼 줄 아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할줄 안다.
이 반도덕적 현대인의 조건이 체질화된다면 한국인의 병폐(病弊)인
시기, 질투, 모략 그리고 남의 약점만 꼬집어 내는 천재적 자질이
약화될 것이다. 최소한 남의 약점에는 무관심할 수 있는 그런
이상적인 사과닦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李圭泰의 ‘韓國人의 意識構造’ 中에서-